[전정주 칼럼]거짓말이 최적의 배려라구요?

전정주 경북로스쿨교수

장성각기자 du32@hanmail.net | 기사입력 2018/10/05 [12:59]
▲ 전정주(경북로스쿨 원장)    

병환이 깊은 부모님을 뵈러 오랫동안 외지생활에서 귀향하는 길에 강도를 만나 가진 돈을 다 털리고 “이게 전부냐?”라는 강도의 물음에 “전부”라고 말한 뒤에야 가던 길을 걸어 간 이가 있다.

 

얼마일까 걸음 가는데 허리춤에서 딱딱하게 만져지는 게 있다. 이내 야무지게 챙겼던 금괴임을 알아차리고서는 왔던 길을 되돌아서 강도에게 가서는 아까 이게 “전부“라고 했는데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 강도에게 그 금괴를 내밀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거짓말 하고 빰 맞는 것보다 낫다는 우리 속담이 있고 사람이 거짓말하면 안 된다는 것과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고 나면서부터 배우고 해가 지면 별이 뜨듯 쉼 없이 두 귀를 바쁘게 해 온 그 말이 확실하게 실현되는 모습을 눈 시리도록 똑똑히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런데 거짓말과 우리는 지금 함께 살고 있다. 들통나면 망신당할 거짓말이 있는가 하면 드러내놓고 하더라도 기분 좋은 거짓말도 있다.

 

모임에 갔을 때다. 불혹에 들어선 제자가 반갑게 필자를 보면서 하는 말이 교수님 변함이 없으세요 “그대로세요”라고 말을 걸어 온다 3년 만에 보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인사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정말 그런가 하는 상상을 해 보면서 은근히 기분 좋아짐을 느낀다 그러면서 그 제자가 참 사랑스럽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진실을 말하는데도 상대는 거짓으로 알아듣는 때도 있다  한 번은 행사장에 들른 적이 있는데 이동 중 앞서가는 일행 중 한 분의 뒷모습에 필자는 “길 가다가 흔히 보게 되는 코디가 아니라고 게다가 걸음걸이까지 균형이 잡혀 있으니 아우라까지 느껴진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이는 “왜 그러세요 교수님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립서비스지만 기분은 좋은데요”라고 말한다.

 

마주치는 이에게  긍정의 특징점을 알아채고 표현해 주는 것에 필자는 어려움을 느끼지 않으려는 생각을 자주 해 본다.  비록 듣는 이가 거짓으로 받아들인다 해도 말이다. 꿈을 가질 수 있었고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된 건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해 주신 거짓말 덕분이라는 지도층 인사도 있다.

 

자신에게 한 거짓말이 상상력을 키워 오늘의 자신이 존재한다고 말하는 유명 작가도 있다. 지금 누군가 우는 이가 있다면 거짓말 해주던 그 선생님이 그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독약이 되는 거짓말도 무량할 것이지만 보약이 되는 거짓말도 무량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들에게는 새로 나타난 재주에 두 가지가 있다 새로 생긴 재주 하나는 사람을 울게 만드는 재주이고 없어진 재주 하나는 사람을 웃게 만드는 재주다. 이럴 때 사람을 웃게 만들고 사람과 사람을 묶어주는 끈의 하나를 들라 하면 거짓말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진실만을 말하는 사람과 살 수 있는 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다”고 한 마크 트웨인을 그리워하는지도 모르겠다.

 

내 가슴에 구김을 남기고 상대를 아프게 하는 그런 이중고의 거짓말은 말고 그이의 가슴에 멍자국을 가시게 하고 그이의 영혼에 쌍무지개 뜨게 하는 거짓말이라면 즐겨 해 봄직하지 않겠는가 싶다 그의 멍자국이 나의 멍자국으로 옮겨온다 할지라도 말이다 배려 있는 거짓말은 몸을 혹 아프게 할지라도 영혼은 구원해줄 거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이다.

 

더 좋기로는 나의 안전을 지키고 행복도 손에 쥐면서 상대도 함께 안전하고 행복해지게 만드는 거짓말일 거다.

 

학교를 졸업한 제자가 얼마 전 직장을 얻으면서 객지에서 방을 얻고 자취를 하게 되었단다 그러면서 말을 이어 간다 집에서 가져온 아빠 신발과 남동생 신발을 자취방 현관에다 내 놓는가 하면 벽에는 액자에 넣은 가족사진을 걸어 두고 사노라고.

 

택배나 방문 온 남자가 여자 혼자 산다는 걸 알게 되면 사고칠까 봐서 그러는 거라고 한다.  거짓말이 아름답다고 미학이라는 이름까지 붙여 가면서 노래하는 이유를 들라면 둘 다를 위한 이중락의 이런 배려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집에 남자가 있다는 것으로 해서 방문객을 속이고 나는 안전해지며 동시에 방문객에게 범죄로 가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착한 사람으로 돌아가게 동기를 자극하는 것이니 말이다. 결혼을 앞둔 여자에게 남자가 하는 최대의 거짓말이 “행복하게 해 줄게”하는 것이라면 예의 혼자 사는 여성이 하는 거짓말은 도둑을 위한 최적의 배려가 아닐까 싶다.

 

청아한 바람에 양재천가 살살이꽃이 목 긴 여인을 하고 가을편지를 쓴다 비우면 채울 것이 많아지는 저 강물을 한참 바라보다가 온다. 

 

전정주 경북로스쿨교수

희망은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만져질 수 없는 것을 느끼고, 불가능한 것을 이룬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